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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천V칼럼 vol.19]자원봉사자가 뿌린 작은 씨앗
    센터소식/활동STORY 2018. 8. 29. 20:33

    양천V 칼럼 vol.19


    자원봉사자가 뿌린 작은 씨앗

     


    유성식

    서울SOS어린이마을 사무국장

    양천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자원봉사분과위원

     


     

    안녕하십니까? 서울SOS어린이마을의 유성식입니다.

    제가 일하는 서울SOS어린이마을은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없는 58명의 아동들이 마을어머니, 선생님들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아동복지시설입니다.

    오래전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찾아온 마을이었는데 올해로 20년이라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랜시간 아이들과 함께 살다보니 많은 기억들이 추억으로 흘러가곤 했습니다.

    매년 봄, 마을 뒷산의 낮은 언덕에 만개하는 봄꽃을 보며 아름다움 빠져있을 때면 마을에 찾아오셨던 여러자원봉사자분들의 얼굴들이 생각나곤합니다.

     

    시설사회복지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비오는 오후 ... 한 자원봉사자분 이 마을을 찾아오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 봉사활동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프로운동선수로 일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바쁜 일정속에서도 꼭 아이들에게 무엇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봉사자의 바쁜일정과 상황을 들어보니,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무관심에 내몰린 마을아이들에게 그 분은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만 갖고 있는 도움이않되는(?) 봉사자였을 뿐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운동으로 좋은 활동을 해보고 싶어도 아이들은 오지 않지 않고, 함께 하고자 해도 아이들은 무관심과 경계심만 보이는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봉사활동에 대한 마무리를 권유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봉사자분은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을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알려주시면 제 능력에서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저를 경계하고 멀리하는건 저도 이해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지고, 마을에 오기전까지 힘든 경험들을 했으니 어른들을 경계하는게 당연한것이겠죠. 저는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할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부모님과의 작은 약속도 지켜지는 것을 못본 아이들에게 ‘약속’은 또 하나의 실망과 상처를 주는 것이니까, 작은 부분에서라도 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쁘더라도 1달에 1번 지정된 날짜에 찾아와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시면 꼭 그 일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이분의 진지한 의지에 작은 희망을 가져 보았지만,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하는 회의감을 갖고 자원봉사자 활동계획과 일지를 만들었습니다.

    다음달 약속한 날에 찾아오신 그분은 아이들에게 공부와 학습을, 그 다음달에는 청소를, 그 다음달에는 행사지원을 ... 본인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가끔 인사 드릴때면 그분에 얼굴에서 행복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외면하고 마음을 열지 않는데 뭐가 저리 즐거우실까?’ 하는 생각을 하며 꾸준히 오시는 그분을 지켜 보았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오시기로 한 날짜에 좀 늦어지신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중, 마을의 아이들이 제게 찾아와 그 봉사자선생님에 대해 물어보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그 선생님 않오세요?, 그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그분은 어떤분이세요 ...’아이들과 이야기 하던중, 아이들이 그분에 대한 관심과 작은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후 그 봉사자분은 은퇴와 더불어 해외로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은 하나, 둘씩 자립해서 마을을 떠났습니다. 자립한아동의 소식을 듣던중 다수의 아이들이 체육학과에 진학해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수년전 그 봉사자분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그 아이들중 한명이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해 중학교체육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을에 찾아온 그 친구는 작년부터 마을의 동생들을 위해 적은 금액이지만 후원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봉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소외받고 상처받은 그 아이들이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년전 그 아이들을 찾아온 어느 운동선수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에게 뿌려준 작은 씨앗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었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이런생각을 해봅니다. 


    '자원봉사는 또다른 자원봉사자를 만든다 ...'

     


    양천V칼럼은 양천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자원봉사분과와 양천구자원봉사센터가 월1회 발행하는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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